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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85세 당신은 아직 포기하지 않는 청춘입니다!

by 빛을담은기업 빛담 2022.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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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할머니 나 잘하지?"

화장품 광고에서 꼬맹이가 하는 말이다.

어느 날 엄마가 그 광고를 가리키면서 뭐를 사다달라고 하신다. 엄마는 2019년 1월에 정말 갑자기 두 발로 병원 다녀온 다음에 집에 온지 30분만에 갑자기 쓰러진 후 뇌경색 진단과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인지장애와 언어장애를 갖고 우리에게 돌아오셨다. 평소 깔끔하고 칼칼한 성격으로 주변에서 인정받던 엄마는 그렇게 어린아이가 되어 우리 곁으로 다시 오셨다.

주간보호센터를 다니시며 하루하루를 보내시면서도 평소 깔끔한 성격에, 무엇이든지 앞장서서 하시던 모습은 아직도 무의식 중에 있어서 먼지 하나라도 깨끗하게 닦고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엉뚱한 말이 나오고, 평생을 사랑했던 자식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못해 그럴 때마다 병신이 되었다고 자책하는 엄마!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해 한글도 제대로 못읽던 엄마가 신앙의 힘으로 권사님까지 될 정도로 성경을 읽고, 성경 한권을 필사하기까지 하셨던 엄마! 그런 엄마와 같이 살면서 엄마가 하는 말을 못알아들으면 무슨 말 하는지 '몰라' 라고 가볍게 무시하는 못된 딸 나는 아침밥 겨우 한끼 차려 드리며 같이 사는 것에 대해 효도를 다 한다고 생각하는 못된 딸이다.

그 꼬맹이가 하는 광고를 볼 때마다 저거 사다달라고 해도 앞에서는 알았다고 하고 문구사에서 공책 하나 사오는 것이 왜 그리 힘들었을까?

한글쓰기와 국어 공책을 하나 사다 드렸다. 만 3세 한글 쓰기!. 삼색 볼펜 하나 드리면서 같이 글씨 그리는 것을 알려준다.

쓰러지기 전에는 초저녁 잠이 많아서 연속극 볼 사이도 없이 주무시던 엄마! 퇴원하고 나서는 드라마 매니아가 되어 한번 본 연속극을 계속 몇 번을 봐도 재미 있어 하던 엄마! 코로나로 자가격리할 때 TV 다시보기 틀어주고 출근하면 점심도 안 먹고 TV만 보시던 엄마가 달라졌다.

TV도 틀지도 않고 공부 삼매경에 빠지셨다. 며칠 만에 공책 한 권 반을 채운다. 글씨도 달필이고 한글쓰기에 있는 그림도 삼색 볼펜으로 따라 그리신다.어느 날 엄마가 써 놓은 글씨를 가리키며 이게 무슨 글씨냐고 물어봤다. 평생 살림하면서 얼마나 많이 보고, 가족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했던 가지, 무, 파.... 엄마는 그냥 따라 쓰는 거고 그릴 뿐이었다. 가지를 그리고, 가지를 쓰면서도 가지인 줄 모르는 엄마! 엄마 따라해봐 '가지' 내 말 따라 읽어보지만 엄마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만 나온다. 엄마한테 그림속의 가지는 그림일 뿐이고 가지라는 글씨는 그냥 생긴 그대로 따라 그리는 그림일 뿐이다. 여전히 한쪽 손이 불편하지만 생활이 불편함이 없어서 나는 계속 엄마가 알츠하이머성 치매, 인지장애 그런 것에 대해 무뎌져서 그냥 아프기 전의 엄마라 생각하고 내가 못 알아듣는 것에 대해 짜증 먼저 앞서는 못된 딸이다.

반복적인 연습을 해서 에어컨을 켤 줄은 알아도 베란다 문, 현관문을 닫을지 모르는 엄마! 그런 거를 보면서 문을 닫아야한다고 엄마를 이해시키기 보다는 에어컨을 켜 놓고 문을 열어놓으면 어떻하냐고 짜증부터 부리는 나! 추운 겨울에도 온수쪽으로 수돗물을 틀지 몰라 찻물로 씻는 엄마! 생각해보면 내가 짜증을 내고 화를 내던 거는 엄마가 인지장애라 생각이 안돼서 하지 못하는 건데 나는 아직 엄마가 치매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나보다. 

'가지'를 몰라도, '토끼'를 몰라도 당신이 쓰고 있는 글씨가 무엇인지 몰라도, 당신이 그린 그림이 무엇인지 몰라도  늦은 밤까지 그 글씨를 쓰고, 그 그림을 따라 그리는 엄마! 당신의 나의 위대한 엄마 "신문자권사님" 입니다.

당신이 행복하면 됩니다. 사랑합니다. 못된 둘째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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